2023년 하반기 넷플릭스 공개 후 큰 화제를 모은 드라마 **‘이제, 곧 죽습니다’**는 웹툰 원작 팬들 사이에서도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안고 출발한 작품이었습니다. 원작 웹툰은 ‘죽음을 반복 경험하는 남자’라는 독특한 소재와 철학적 메시지로 강한 인상을 남겼고, 드라마는 이를 바탕으로 보다 대중적인 전개와 감정선을 강조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드라마와 웹툰의 설정, 연출, 장면 해석 등에서 어떤 차이점과 각색이 있었는지 분석해 보겠습니다.
1. 차이점: 스토리 구조와 캐릭터 설정
웹툰과 드라마는 기본 설정, 즉 주인공이 ‘죽음’을 반복 경험한다는 주요 콘셉트는 공유하지만, 구체적인 전개 방식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웹툰은 짧고 강렬한 에피소드들이 연달아 이어지는 옴니버스식 구조를 취하고 있으며, 매 회차마다 주제의식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반면 드라마는 이러한 짧은 에피소드들을 하나의 큰 줄거리로 통합하려는 시도가 강하게 보입니다. 이재훈이 연기한 ‘최이재’는 웹툰에 비해 감정선이 더 부각되며,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나 인간적인 면모가 강조됩니다.
또한 드라마에서는 죽음의 의미나 윤회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보다는 인생의 의미, 후회, 구원의 가능성 등 감성적인 접근이 많습니다. 이는 시청자의 감정을 자극하는 전개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끌어내기 위한 전략으로 보입니다.
결과적으로, 웹툰이 철학적이고 상징적인 단편 중심의 구조라면 드라마는 감정 중심의 드라마틱한 플롯으로 변형되며, 이야기의 결 방향성 자체가 달라진 셈입니다.
2. 각색: 인물 변화 및 새로운 에피소드 삽입
웹툰에서의 최이재는 다소 무표정하고 담담한 인물입니다. 반복되는 죽음을 통해 타인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관찰자적 위치에 머무르며,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죠. 그러나 드라마의 최이재는 보다 능동적이고 감정 표현이 풍부한 인물로 그려집니다.
이는 배우 이재훈의 연기 스타일과 맞물리며, 시청자 입장에서 인물에게 감정 이입이 쉬운 구조를 만들어냅니다. 또한 드라마에서는 원작에 없던 인물과 설정이 대거 추가되며, 스토리를 풍부하게 구성합니다.
예를 들어, 웹툰에서는 일회성으로 등장했던 캐릭터들이 드라마에서는 지속적인 인연으로 연결되거나, 새로운 시나리오가 추가되어 주제의 확장성이 생깁니다. 특히 극 중 등장하는 청춘, 중년, 노년 등 인생의 각 단계에서 벌어지는 죽음의 의미는 드라마에서 더욱 구체적으로 풀어내며, 감동적인 요소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각색되었습니다.
이러한 각색은 웹툰 팬들에게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영상 매체의 특징을 살린 자연스러운 서사 확장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 덕분에 드라마는 웹툰보다 더 보편적인 감정과 삶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게 되었습니다.
3. 장면해석: 상징성과 연출 방식
‘이제, 곧 죽습니다’라는 제목이 상징하듯, 죽음은 이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중심 주제입니다. 웹툰은 죽음을 상징하는 장면을 추상적이고 상징적으로 표현합니다. 예컨대 흑백의 명암, 반복되는 어두운 터널 이미지, 차가운 표정 등으로 죽음의 무게감을 표현하고, 직접적인 설명 없이 상징으로 감정을 전달합니다.
반면 드라마는 시청자 친화적 해석을 위해 보다 직접적이고 감각적인 연출을 활용합니다.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에서 플래시백, 감정 음악, 천천히 움직이는 카메라워크 등을 통해 장면의 슬픔과 긴장감을 증폭시킵니다.
또한 주인공이 반복해서 죽음을 경험하면서 점차 깨달음을 얻는 과정은 웹툰에서는 철학적 독백 위주로 표현되지만, 드라마에서는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만큼 ‘죽음의 의미’를 인간관계와 사회 속에서 재해석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러한 연출 차이는 단순한 기법의 차이를 넘어서, 작품이 주는 메시지 전달 방식 자체의 변화를 의미합니다. 즉, 웹툰은 독자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고, 드라마는 감정으로 느끼게 만드는 접근 방식의 차이입니다.
요약
‘이제, 곧 죽습니다’는 같은 설정에서 출발했지만, 웹툰과 드라마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죽음과 삶의 의미를 이야기합니다. 웹툰은 상징과 철학을 중심으로 사고의 폭을 넓히는 콘텐츠이며, 드라마는 감정과 공감을 통해 시청자의 몰입을 유도하는 콘텐츠라 할 수 있습니다.
각각의 장르가 가진 장점을 십분 활용한 이 작품은, 원작 팬과 신규 시청자 모두에게 색다른 감동을 전합니다. 아직 한쪽만 보셨다면, 지금 기회에 두 버전을 모두 경험해 보며 삶과 죽음에 대한 시각을 넓혀보시길 추천드립니다.
한 가지 더. 원작을 기억하시고 보시면 싱크로율을 찾는 재미가 배가 됩니다.